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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클론에 관해 끄적임.

어­리 2013. 4. 11. 18:02

오늘 법학 수업에서 인간 복제에 관한 찬반 토론이 있었다. 내가 프로그래밍만 하고 사는 공돌이 감성이 됐나, 세상을 객체지향으로 바라보게 됐나, 그냥 날씨가 추웠던 건가. 잘 모르겠다. 이전에는 인간 복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 오늘 수업에서는 딱히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너무 대충 적어서 이 글에는 딱히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나는 다들 복제 인간에 대한 도구적, 수단적 (이를테면 의료나 보험)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길래 약간 의아했다. 지적 장애인의 권리, 동물의 권리도 여러 관계 설정해서 다 보호해 주면서, 왜 클론은 함부로 다루지도 못할 만큼 숭고한 것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왜 인간을 만들어 놓고 권리를 짓밟는 상황과 타협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클론이 태어날 수 있다면 개개의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면 큰 하자가 생기는 건가?

클론이 별개의 생명으로 완전히 존중받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 같다. 클론의 생명을 도구적으로 쓰면 안 된다고 딱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차피 클로닝은 아이를 낳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클론을 갖는 게 평생의 소원일 수도 있다. 물론 그 클론은 자신이 누군가의 클론으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았겠지만, 아기도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경우는 없다. 인공 자궁을 모두 국가에 등록하고, 만들어지는 클론을 죽이는 것은 낙태와 동급 이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 클론을 출생 등록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출생 등록보다 더 크게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난 내 클론이 생기는 게 싫고, 도구적으로든 아니든 세상이 클론으로 넘치는 것도 싫다. 만약 자기 클론이 생기는 게 싫다면, 만들지 않으면 된다. 아는 사람이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혐오감이 든다면, 다른 아는 사람과 도덕적 견해가 충돌할 때마냥 상종을 안 하면 된다. 애초에 클론을 도구적으로 쓰고 싶은 사람이 다수더라도 도구적으로 쓸 수 없게 한다면 누가 얼마나 클론을 만들까?

이런 가정이라면 법적으로 클로닝 자체를 정당화하지 않는 정당한 근거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지금의 법과 관습이 초토화된다는 이유이다. 근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클론을 도구적으로 쓸 가능성을 막는 게 정당할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른 하나는 클론이 인공적인 환경에서 잘못 태어날 확률이 크다는 것인데, 다자간의 양육권 분배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결론은, 큰 문제 없이 어울려 살겠죠. 누가 자기 클론을 100명쯤 만들어서 법적으로 정당한 가정교육의 범위 내에서 군대를 만들어 버릴 가능성은 있겠지만.


여담. 인공 수정을 하면 일란성 쌍둥이가 생기기 쉽다는데, 만약 이걸 고의로 한다면, 사실상 복제 배아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막 태어난 태아를 복제하는 것과 복제 배아를 이식하는 것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한 권리침해이고 어느 쪽이 더 부자연스러운 방식이지? 미성년이나 본인 의사 없는 성인이 복제되는 것은 금지해야 할텐데, 자식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자식이 이미 죽어 권리를 다한 부모나 다른 사자의 살아 있는 체세포를 복제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